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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앤 드래곤 (세계관, TRPG 연출, 흥행 전략) D&D 영화가 드디어 제대로 나왔다는 말, 과연 믿어도 될까요? 2000년대 초반 C급 D&D 영화에 가슴에 대못이 박혔던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X 특전 포스터를 손에 쥐고 나오면서, 드래곤 머리통만 달랑 찍혀 있는 그 포스터를 보며 속으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 영화, 뭔가 다릅니다.20년을 기다린 세계관이 드디어 스크린에저는 중학교 때 처음 TRPG를 접하고 30대가 되어서도 팀을 꾸려 캠페인을 돌렸습니다. 겁스(GURPS)는 물론이고 소드 월드 RPG, 국내 인디 룰까지 두루 경험한 편이라, D&D 영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남들보다 한 박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 반응의 대부분은 실망이었죠.2000년에 개봉한 첫 번째 D&D 영화는 위자드 오브 더 코스트,.. 2026. 7. 9.
퓨리오사 (세계관, 액션 설계, 성장 서사) 극장 나오면서 다리가 풀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퓨리오사 보고 딱 그랬습니다. 분노의 도로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영화가 세상에 존재했나' 싶었던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퓨리오사는 그 충격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두 시간 반을 꽉 채워줬습니다. 도파민 폭탄이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서사의 무게로 짓눌러 오는 느낌이랄까요. 조지 밀러 감독이 9년 만에 꺼내 든 이 프리퀄이 과연 전편을 넘어서는지, 어디가 다른지 솔직하게 써봤습니다.45년짜리 세계관, 처음부터 설계된 거였다퓨리오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즉흥으로 만든 게 아니구나'였습니다. 분노의 도로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는 팔이 하나 없는데, 그 이유가 전편 어디에도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 인물로 등장합니다.. 2026. 7. 9.
라스트 듀얼 (결투재판, 여성의 시각) 벤 애플렉이 나온다는 걸 영화 끝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각본만 쓴 줄 알고 들어갔는데, 능글맞은 백작으로 등장해서 완전히 속았습니다. 그런 소소한 반전 말고도,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생각할 거리를 계속 던져줬습니다. 14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실제 있었던 마지막 결투 재판을 다룬 라스트 듀얼, 중세 역사를 조금 알고 보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중세 결투 재판이란 무엇인가 — 배경 지식이 영화를 바꾼다솔직히 처음엔 결투 재판이라는 개념 자체가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이 칼 들고 싸워서 이긴 쪽이 진실이라고? 근데 중세의 논리로 들어가면 이게 의외로 일관성이 있습니다. 당시는 철저한 기독교 문명권이었고, 신이 정의롭다는 믿음이 사회 전체를 관통했습니다. 재판에서 증거가 불충분할 때, 신에게 직.. 2026. 7. 8.
데드풀과 울버린 (버디무비, 팬서비스, 멀티버스) 마블 역사상 최초의 R등급 슈퍼히어로 영화가 탄생한 건 2016년이었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그 캐릭터가 울버린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데드풀 3편'이라기보다는 엑스맨과 울버린 팬들을 위한 헌정 영화로 봤습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보면 꽤 잘 만든 선물이었습니다. 다만 그게 전부인 영화이기도 했고요.버디무비 공식을 그대로 쓴 두 캐릭터의 조합이 영화의 장르적 뼈대는 버디무비(Buddy Movie)입니다. 여기서 버디무비란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인물이 처음엔 반목하다가 공동의 적 앞에서 연대하고 결국 우정을 쌓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은퇴 직전의 고참 형사와 사고뭉치 신참이 티격태격하는 고전적인 형사 영화 구성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그런데 .. 2026. 7. 8.
굿뉴스 (요도 사건, 이항대립 구조) 영화를 보고 나서 "이게 굿 뉴스예요, 배드 뉴스예요?"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 있으십니까?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보고 난 뒤 정확히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과잉이 또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근데 다 보고 나서 이건 뭔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1970년 요도 사건이 원형인 실화 기반 구조《굿뉴스》의 뼈대는 1970년 실제로 일어났던 요도 납치 사건입니다. 일본 극좌 무장단체인 적군파(赤軍派) — 당시 전 세계에 퍼져 있던 극좌 테러리스트 조직 중 하나로, 혁명을 위해 무력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그룹 — 소속 대원들이 일본 민간 항공기를 공중 납치해 평양으로 향하려 한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 2026. 7. 7.
브로커 (칸, 가족 문법, 어떻게 볼 것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는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저도 개봉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 막상 보고 나니 "좋은 영화인가, 완성도 있는 영화인가"라는 두 질문에 같은 답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 보신 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것 같아서, 다양한 시각을 정리해봤습니다.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그 무게감2022년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시상식장의 공기가 어땠는지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표정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을 정도입니다. 저도 그 수상 자체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다만 영화 속 송강호의 연기 방식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두드러지게 .. 2026. 7. 7.
버닝 (구조, 메타포, 창작충동, 에필로그) 영화 버닝을 본 관객 대부분이 결말 직후 "그래서 해미는 죽은 건가?"를 먼저 검색한다.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중간에 한 번 멈췄다가 다시 봤는데도 몰입이 풀리지 않을 만큼 묘한 영화였고, 다 보고 나서 디씨인사이드까지 뒤졌습니다. 근데 일반적으로 버닝을 두고 "벤이 살인마인가 아닌가" 식의 스릴러로 접근하는 시각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보면 감독이 쌓아올린 것의 절반도 못 건드린다고 생각합니다.우물은 거기 있었을까 — 버닝의 미스터리 구조버닝에는 미스터리가 가득하지만, 그 중 가장 먼저 붙잡히는 건 우물 에피소드입니다. 해미는 어릴 적 우물에 빠졌고 종수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해미 언니는 그런 우물 자체가 없었다고 단언하고, 대대로 그 동네에서 산 이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 7. 6.
아노라 (장르 전환, 서사, 엔딩, 이름) 포스터만 보고 가벼운 로맨스물이겠거니 했다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영화가 있습니다. 숀 베이커 감독의 입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굵직한 부문을 쓸어 담았을 때, 솔직히 처음엔 '2024년에 이것보다 잘 만든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서는, 아 이래서 걸작이라고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5분이 그 이유를 단번에 설명해 줍니다.장르 전환: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영화가 시작하면 어두컴컴한 클럽 안에서 아노라가 손님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쇼트는 잘게 나뉘어 있고, 등장인물도 많고, 주인공의 움직임은 쉴 새 없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던 영화가 러닝타임 40분 지점에서 한 번 완전히 멈추는 것처럼 느껴.. 2026. 7. 6.
백룸 (공간감, 심리 서사, 미스터리) 20살 감독이 만든 영화가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케인 파슨스 감독은 16세에 유튜브 시리즈로 수억 뷰를 찍더니, 이번엔 장편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나오면서 "이게 20살이 만든 거라고?" 라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문제는 그 감탄이 백룸 자체보다 현실 세계 장면들에서 더 강하게 나왔다는 점입니다.800평 세트장이 만들어낸 공간감의 정체이 영화의 백룸 세트는 실제 800평 이상 규모로 제작됐습니다. 촬영 중 스태프들이 길을 잃었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튜브 원작 시리즈를 보면서 당연히 CG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찍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이 영화가 시각적으로 작동하는 .. 2026. 7. 5.
NOPE (비행접시, 스펙터클, 구조, 영화사) 영화 보고 나서 "그래서 이게 뭔 말이야?" 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 있으시면, NOPE이 딱 그런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노골적으로 들이밀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근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는 게 솔직히 신기할 정도였고요. 오히려 의미가 너무 대놓고 보여서 대중 평점이 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비행접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영화관에서 예고편만 봤을 때는 솔직히 "UFO 출현 공포물이구나" 싶었습니다. 원반 모양 비행체가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 영화를 보면 이 물체는 초반부터 끝까지 의도적으로 비행접시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이 기계가 아니라 생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여기서 UAP(Unidentifi.. 2026. 7. 5.
탑건 매버릭 (후속작, 아날로그 액션) 36년 만의 속편이 전작을 완벽하게 능가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탑건 1편을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이틀에 나눠 봤을 정도니까요. 근데 매버릭을 다 보고 나서 온 몸에 전율이 왔습니다. 이게 진짜 후속작의 정석이구나 싶었습니다.후속작의 정석이란 어떤 모습일까요?탑건: 매버릭은 처음부터 끝까지 1편에 대한 오마주(Hommage), 즉 원작에 경의를 바치는 방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오프닝 장면에서 항공모함을 이륙하는 전투기들, 그 위로 깔리는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까지 1986년 원작의 그 장면을 거의 그대로 재현합니다. 1편을 본 관객이라면 시작 1분 만에 등줄기가 짜릿해질 수밖에 없는 구성입니다.저는 R2B: 리턴투베이스를 당시에 봤었는데, 그 영화는 F-15가 나온다는.. 2026. 7. 4.
플래시 (스파이더맨, 멀티버스, 마이클 키튼) 솔직히 말하면 기대를 거의 안 했습니다. DC 영화라는 말만 들어도 슬슬 피로감이 쌓이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뒤늦게 켜놓고 보다가,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더라고요. 플래시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시간 여행과 멀티버스를 소재로 쓰면서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였습니다.스파이더맨과 닮은 플래시, 이게 우연일까요?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 스파이더맨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그냥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구조 자체가 닮아 있더라고요. 플래시의 주인공 배리 앨런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갇힙니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도 큰아버지를 눈앞에서 잃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죠. 부모를 잃은 경험이 캐릭터의 동력.. 202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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