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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기대감, 서사구조, 페미니즘, 판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도연에 오승욱 감독이라는 조합이면 최소한 기본값은 보장된다고 믿었거든요. 그 믿음이 틀렸습니다. 2025년 개봉작 를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였습니다.기대감 — 믿었던 조합이 주는 함정일반적으로 특정 감독과 배우의 조합이 검증된 전작이 있으면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 딱 그랬습니다. 오승욱 감독은 2015년작 으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바 있고, 그 영화는 지금도 국내 느와르 장르의 수작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느와르(noir)란 어둡고 비도덕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탐욕과 배신을 그리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제가 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번 작품에 대한.. 2026. 7. 24.
1917 (원 컨티뉴어스 숏, 반전 메시지) 아카데미 강력 후보라는 말에 솔직히 좀 긴장하면서 틀었습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무언가 달랐습니다. 카메라가 두 병사를 따라 참호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는 순간, 이건 그냥 전쟁 영화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영화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두 병사가 적진을 가로질러 아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원 컨티뉴어스 숏, 촬영이 이 영화의 절반이다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몸으로 느낀 건 긴장감이었습니다. 특히 독일군 전투기가 불시착하는 장면 근처에서 몸이 저렸습니다. 진짜입니다. 극적인 액션도, 총격전도 아닌데 배경음과 공기의 밀도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나중에야 정확.. 2026. 7. 23.
스포트라이트 (수첩 하나로, 생존자) 신부가 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제보를 받고도 그냥 넘긴 기자가 있었습니다. 그게 나중에 보스턴 전체를 뒤흔든 87명짜리 사건의 단초였다는 걸 알았을 때, 그 기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면서 저는 그 장면에서 가장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법도 경찰도 못한 걸 수첩 하나로 해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영화는 2001년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의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 전문 팀 '스포트라이트'가 가톨릭 교구 내 아동 성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탐사보도란 단순히 사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자료를 축적하고 증언을 확보해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드러내는 저널리즘 방식을 의미합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 보도로 2003년 퓰리처상.. 2026. 7. 2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멀티버스, 성장서사) 삼파이더맨 등장이 예견된 영화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스크린에서 앤드류 가필드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털이 곤두섰습니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까지 전 시리즈를 영화관에서 개근했던 보람이 그 한 장면에 다 몰려왔습니다. 이 글은 그 감동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서 씁니다.멀티버스가 열어준 것, 20년 치 단점을 장점으로 뒤집다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솔직히 약점이 많은 프랜차이즈입니다.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세 번이나 리부트(reboot)됐습니다. 여기서 리부트란 기존 시리즈를 완전히 초기화하고 새로운 배우·감독 체제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오리지널 트릴로지(2002~2007),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리고.. 2026. 7. 22.
더 퍼스트 슬램덩크 (추억팔이, 송태섭, 원작) 원작을 끝까지 보지도 못한 사람이 극장판 슬램덩크를 보고 감동받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요? 저는 솔직히 그게 좀 민망했습니다. 능남전까지만 보고 흐지부지 끊었던 사람이, 극장판이 난리라길래 청개구리 심보로 일부러 안 보다가, 한참 지나서야 봤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할 말이 생겼습니다.추억팔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당연한 이야기오래된 IP(지식재산권)가 다시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추억팔이'라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IP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원작 콘텐츠 자체가 가진 브랜드 자산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슬램덩크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상품 가치를 지닌다는 거죠.그런데 저는 추억팔이라는 비판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추억팔이 자체를 나쁘.. 2026. 7. 22.
만약에 우리 (리얼리즘, 공간의 상징, 연기)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하겠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눈가를 훔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완전 T인 제가요. 영화 보고 나서도 여운이 며칠째 가시질 않아서, 결국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에는 영화 결말을 포함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전이시라면 주의하세요.자극 과잉의 시대에 역주행한 멜로 리얼리즘2026년 1월, 극장가는 아바타: 불과 제가의 독무대였습니다. 수천억 원이 투입된 판도라 행성의 스펙터클이 스크린을 점령한 상황에서, 화려한 CG도 영웅도 없는 한국 멜로 영화 하나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뚫어버렸습니다. 만약에 우리 이야기입니다.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대 중반은 도파민 과부하의 시.. 2026. 7. 21.
랑종 (페이크 다큐, 곡성 비교) 저는 공포영화를 거의 안 봅니다. 점프스케어가 너무 싫고, 권선징악 공식도 지겨워서 굳이 돈 내고 극장에 갈 이유를 못 느꼈거든요. 근데 랑종은 달랐습니다. 곡성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 하나로 표를 끊었고,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절반쯤 맞았습니다. 무서운 걸 기대하고 갔다가 그게 아닌 걸 보고 왔는데,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페이크 다큐가 만들어낸 소름, 무섭지 않아서 더 찜찜했습니다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저 같은 쫄보 입장에서 랑종은 꽤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소리 지르게 만드는 장면보다, 뭔가 모르게 찜찜하고 피부에 끈적이는 느낌이 계속 남는 영화였거든요. 점프스케어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서너 번 정도밖에 없고, 무서움의 방향이 시각이나 청각보다는 촉각 쪽에 가깝습니다. 극장을 나서고 나서도 .. 2026. 7. 20.
썬더볼츠 (안티히어로, 센트리, 뉴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이 내놓은 작품 중 손에 꼽을 만한 완성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멀티버스 사가가 시작되고 나서 몇 번 크게 실망한 뒤로 극장을 잘 안 가게 됐는데, 이번 썬더볼츠는 오랜만에 밤 늦게까지 머릿속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히 "잘 만들었다"가 아니라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가에 있었습니다.안티히어로 팀이라는 설정, 걱정이었지만 오산이었습니다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초능력 없는 히어로들의 모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인지도 면에서 기존 어벤져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한 단계 아래인 멤버 구성. 심지어 저는 이번에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처음으로 건너뛸 만큼 마블에 피로감이 쌓여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극장을 간 건 순전히 .. 2026. 7. 20.
빅쇼트 (서브프라임, 공매도, CDO, 연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증발한 자산은 약 11조 달러, 우리 돈으로 1경 원이 넘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마주쳤을 때 솔직히 실감이 안 났습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숫자 뒤에 어떤 인간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 많은 개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서브프라임 모기지, 실제로 이게 얼마나 황당한 구조였냐면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합니다. 여기서 '서브프라임'이란 말 그대로 '우량 이하', 즉 일반적인 기준에서 대출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이라면 애초에 걸러졌어야 할 대출들이 줄줄이 통과된 것이죠.영화에서 마크 바움 팀이.. 2026. 7. 20.
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 이야기, 극장에서 볼 이유 ) 영화관에서 두통이 올 뻔했습니다. 화면이 너무 꽉 차 있어서요. 그게 칭찬입니다. 하루 쉬는 날 별 기대 없이 들어간 극장에서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의 세계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나왔습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웨스 앤더슨을 처음 제대로 만난 날혹시 영화 한 편을 보고 감독이 누군지 찾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날은 집에 오자마자 IMDB를 켰습니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기억해 두고 싶었거든요.사실 웨스 앤더슨 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딱 하나 봤습니다. 그것도 "뭔가 예쁜 영화"라는 인상만 갖고 있었지, 감독의 연출 철학 같은 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이번에 『프렌치 디스패치』를 보게 .. 2026. 7. 19.
내부자들 (마키아벨리즘, 배우 연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게 픽션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을 보고 나오면서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정치·언론·재벌이 욕망의 삼각형을 이루는 구조, 조폭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역설, 그리고 백윤식이 펜 하나 들고 사람 잡는 장면. 이 영화가 2015년작인데도 지금 꺼내 봐도 전혀 낡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무섭습니다.마키아벨리즘이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면여러분, 혹시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기서 마키아벨리즘이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도덕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제시한 통치 철학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쉽게 말해 '어떻게 도덕적인지'가 아니라 '.. 2026. 7. 19.
킹메이커 (편견, 빛과그림자, 이선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제목도 촌스럽고, 설경구·이선균 두 배우가 특별히 제 취향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넷플릭스 홈 화면에 떠 있길래 별생각 없이 틀었는데, 영화 중반쯤에야 "어, 이거 김대중 이야기잖아?" 하고 등을 꼿꼿이 세웠습니다. 제목과 포스터로 편견을 쌓는 게 얼마나 손해인지, 이 영화 하나로 다시 배운 셈입니다.편견 때문에 놓칠 뻔한 영화의 배경제가 감상 후 감독을 검색해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변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 , 인데, 제목만 보면 죄다 제 취향이 아닌 것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꽤 좋은 감독입니다. 제목으로 편견을 가지면 안 되겠다고 진심으로 반성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감독은 좋은 작품을 낼 때마다 본인이 구설수를 만들어서 흥.. 202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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