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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믿음의 구조, 미륵 해석) 오컬트 영화인데 정작 주인공이 귀신 한 번 제대로 못 만나고 끝납니다. 처음 봤을 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두 번째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사바하는 일반적으로 공포 스릴러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철저하게 믿음의 구조를 해부하는 영화입니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 없이도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제대로 된 화두를 던졌다고 느꼈습니다.공포 영화라고 봤다가 완전히 다른 걸 만났습니다 — 믿음의 구조솔직히 처음 극장에 들어갈 때는 퇴마록 같은 걸 기대했습니다. 목사가 십자가 들고 뛰고, 사천왕이 부적 날리고, 그런 한국식 오컬트 액션이요. 그런데 영화는 시작부터 다른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실제 경험.. 2026. 7. 18.
헌트 (각본 완성도, 역사적 맥락, 구조) OCN에서 틀어줘서 딩굴거리다 다시 보게 됐는데, 두 번째인데도 손에서 리모컨을 내려놓질 못했습니다.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근데 막상 보고 나면 그 선입견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이정재 감독의 데뷔작 '헌트'는 1980년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안기부 요원들의 스파이 게임을 그린 첩보 액션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37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인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기록했습니다.각본 완성도 — 이 영화가 단순 액션이 아닌 이유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몇몇 장면이 뜬금없다고 느꼈습니다. 같이 봤던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네가 그 시대 역사를 잘 몰라서 그런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두 번째 볼 때는 198.. 2026. 7. 17.
가오갤3 (배경과 맥락, 로켓 서사, 마블 전망) 마블 영화 보다가 진짜로 운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저는 이후로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를 보고 나서, 극장에서 혼자 꽤 오래 울었습니다. "마블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꽤 있는데, 이 영화만큼은 그 믿음을 직접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배경과 맥락: 제임스 건이 10년 동안 뭘 만들었나일반적으로 마블 영화는 "잘 만든 공장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볼거리는 있는데 개성은 없다는 거죠. 저도 페이즈 4 이후 마블 영화들을 보면서 그 말에 꽤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시리즈는 그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제임스 건 감독은 1편부터 3편까지 각본과 연출을 전부 혼자 맡았습니다. 마블이라는 거대한 스튜디오 시스템, 즉 MCU(Marvel Cinema.. 2026. 7. 17.
스즈메의 문단속 (정말 다른가, 감정선) 극장에서 나오면서 "좋은 영화다"라는 생각과 "근데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 적 있으신가요? 스즈메의 문단속이 딱 그랬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압도적인 작화는 여전했고, 이야기의 뼈대도 탄탄했는데,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묘하게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이 영화, 일본인과 외국인이 보는 게 정말 다른가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작품을 꽤 좋게 봤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나쁘게 보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 두 반응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가 있거든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 즉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지는 세 번째 작품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셋 중에 가장 잘 짜인 구조를 갖고 있습.. 2026. 7. 1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웨스턴, 맨슨, 헌정) 1969년 8월, 찰스 맨슨이 이끄는 맨슨 패밀리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 샤론 테이트를 포함한 다섯 명을 살해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바로 그 해, 그 할리우드를 무대로 자신의 아홉 번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복수극이나 액션을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온도의 영화가 시작됐거든요.타란티노가 1969년에 바친 것 — 웨스턴에 대한 사랑영화의 배경이 된 1969년은 단순히 과거가 아닙니다. 68혁명(1968 Revolution)이 휩쓸고 간 직후, 권위주의적 질서가 무너지고 히피 문화가 절정에 달하던 바로 그 시점입니다. 여기서 68혁명이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번진 반체제·반권위주의 운동으로, 수직적 사회 구조를 수평적·.. 2026. 7. 16.
서울의 봄 (하나회, 배우들의 연기) 솔직히 저는 12.12에 대해 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현대사 자료를 나름 챙겨봤고, 5공 드라마도 빠짐없이 봤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나 이거 제대로 모르고 있었구나"였습니다. 정리된 텍스트로 아는 것과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통해 체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하나회라는 조직, 실제로 얼마나 무서운 집단인가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전두광이라는 인물 자체보다, 그 인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구조였습니다. 그 구조의 핵심이 바로 하나회입니다. 하나회란 1951년 경남 진해에서 재개교한 육군사관학교 11기 출신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사조직으로, 쉽게 말해 군 내부의 비공식 카르텔입니다. 공식 지휘 계통 위에 또 하나의 충성 라인을 깔아.. 2026. 7. 15.
코코 (픽사 뮤지컬, 죽음의 방식) 극장에서 혼자 손수건을 꺼내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한 장으로 세 번. 마지막엔 미처 손도 못 대고 그냥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다행히 직장 후배들보다 바깥 좌석에 앉아 있었던 덕분에 체면치레는 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픽사가 이번엔 죽음을 다룬다고 했을 때만 해도 '또 울리려고 작정했구나' 정도였는데, 코코는 그 이상이었습니다.픽사가 처음으로 정면 돌파한 뮤지컬의 세계코코는 픽사의 첫 번째 본격 장편 뮤지컬 애니메이션입니다. 여기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란 단순히 OST가 좋은 작품이 아니라, 노래 자체가 극의 서사를 이끌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대사 대신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작품을 말합니다. 그동안 픽사 작품에 삽입곡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음악이 곧 줄거리.. 2026. 7. 15.
파묘 (장재현, 오컬트 연출, 후반부)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재밌게 본 저로서는 파묘도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극장 나오면서 든 감정이 마냥 만족은 아니었습니다. 좋았습니다. 분명히. 그런데 뭔가 하나 걸리는 게 있었죠. 그 걸리는 감각이 뭔지를 곱씹다가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장재현 감독과 한국 오컬트 영화의 맥락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공포·미스터리·오컬트 장르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작품이 드뭅니다. B급 영화나 일본 특촬물까지 뒤지다 보면 퀄리티 있는 작품의 희소함을 절감하게 됩니다. 한국 공포 영화도 마찬가지여서, 저예산이면서 어딘가 본 듯한 모작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그런 맥락에서 장재현 감독은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검은사제들은 한국에서 엑소시즘(exorcism), 즉 사제나 종교인이 의식.. 2026. 7. 14.
어쩔 수가 없다 (블랙코미디, 노동드라마) 박찬욱 감독의 는 전체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저는 시사회 소식도 없던 시점에 기대 반 긴장 반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웃겼는데 처연했고, 가벼웠는데 무거웠습니다. 그 이상한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블랙코미디라는 말이 이렇게 딱 맞는 영화가 또 있을까요영화를 보기 전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완성도로 흥행에는 고전했고, 이번엔 박찬욱 감독이 얼마나 대중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까, 이건 타협이 아니라 박찬욱식 해석으로 대중성을 풀어낸 거였습니다. 감 떨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결로 설계한 것이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이 영화의 장르적 핵심은 블랙코미디(black com.. 2026. 7. 13.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숟가락, 이별의 의미, 성장 서사)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별것 아닌 작은 장면 하나가 문득 떠오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영화를 딱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이야기합니다. 2003년작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볼 때마다 가슴 어딘가에 서늘한 게 고입니다. 한국 리메이크와 비교해서 봤던 분이라면, 원작이 얼마나 다른 온도를 가진 영화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숟가락 하나가 드러낸 것들이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의외로 아주 짧고 조용한 순간이었습니다. 츠네오가 요리하다가 조제에게 숟가락을 내밀며 맛을 봐달라고 하는 장면. 그때 조제가 잠깐 움찔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 찰나가 저는 이 영화 전체를 압축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026. 7. 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예술 영화, 미장센, 비율, 사라지는 것들) '예술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졸음이 떠오르는 분, 저만 그런 건 아니죠? 그런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 편견을 정면으로 부숩니다.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4관왕을 차지한 작품인데, 막상 보고 나면 "이게 예술 영화였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앉았다가 엔딩크레딧 음악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못 뜬 사람 중 하나입니다.예술 영화가 재미없다는 편견, 이 영화 앞에선 잠시 내려놔도 됩니다예술성을 추구하는 영화가 지루하다는 건 딱히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앤디 워홀의 영화 '엠파이어'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런닝타임 485분, 그러니까 8시간 5분 동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한 장면만 고정 촬영한 작품입니다. 심지어 이보다 더 긴.. 2026. 7. 11.
그래비티 (롱테이크, 우주 은유, 감동) 영화관에서 두 번 봤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낡지 않는 영화가 있다는 걸, 그래비티를 다시 보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단순한 재난 생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의 밀도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17분짜리 롱테이크, 진짜로 가능한 건가요일반적으로 롱테이크(long take)라고 하면 2~3분 안팎의 장면을 떠올립니다.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끊김 없이 촬영을 이어가는 기법으로, 현장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장도리 격투 장면이 약 2분 30초로 화제가 됐던 걸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그래비티의 오프닝 17분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수치인지 바로 감이..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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