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디시인사이드에 재미없다는 글이 잔뜩 올라와 있길래 반쯤 의심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극장을 나올 때 했던 첫 마디는 "팝콘 35달러 아깝지 않다"였습니다. 오히려 영화 유튜버들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꺼드럭댈수록 저는 직감적으로 재밌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그 공식이 맞아떨어졌습니다.단종의 마지막 4개월이 배경인 이유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계유정난(癸酉靖難)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하기 위해 일으킨 정치적 쿠데타로, 오늘날로 치면 군사 쿠데타에 해당하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떠나게 되죠.영화가 영리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대부분의 사극이 계유정난 그 자체, 즉 권력 다툼의..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단순한 납치 스릴러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시간 반 넘게 긴장하다가 끝나고 나서야, 이 영화가 쌓아 올린 상징 구조가 얼마나 촘촘한지 뒤늦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로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 이 장면이 그 장면이었구나" 싶은 순간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2013년작 프리즈너스는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서사 압축 방식이 돋보이는 영화로, 결말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전반부의 숨겨진 장치들을 다시 봐야 합니다.미로(Labyrinth) 구조가 담고 있는 종교적 알레고리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미로 그림은 단순한 소품이 아닙니다. 미로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적 메타포(Narrative Metaphor), 즉 이야기 안에 이야기의 의미를 담는 상징 장치로 기능합니다. 범인 홀리의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고편 봤을 때만 해도 그냥 스타 배우들 잔뜩 모아놓은 오락 영화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오니까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랄까요. PTA, 즉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2024년 골든글로브 4관왕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고 2회차까지 챙겨봤는데, 볼수록 뭔가 더 보이는 영화였습니다.배우 연기: 숀 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나머지들이 영화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GTA를 영화로 만들면 이런 느낌 아닐까?" 였습니다. 초반부터 도파민을 끊임없이 분비시키는 속도감이 있는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배우들 연기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옵니다..
영화 보고 나서 시계를 보는 순간, "벌써 두 시간 반이 지났다고?" 싶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지난달 정오쯤 상영관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오후 두 시 반이 넘어 있었습니다. F1 더 무비, 사전 정보 거의 없이 들어갔다가 완전히 당했습니다.레이싱 몰입감, 어디서 오는 걸까빵횽(브래드 피트) 주연이고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 말고는 전혀 사전지식 없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오프닝과 함께 울려퍼지는 레드 제플린의 Whole Lotta Love, 그 첫 레이싱 장면부터 이미 무장해제가 됐습니다.영화가 이 정도 몰입감을 주는 데는 편집 리듬이 결정적입니다. F1 레이스에서 실제로 쓰이는 온보드 캠(Onboard Cam) 시점, 즉 차량 내부나 차체에 장착된 카메라 시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