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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원 컨티뉴어스 숏, 반전 메시지)

아카데미 강력 후보라는 말에 솔직히 좀 긴장하면서 틀었습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무언가 달랐습니다. 카메라가 두 병사를 따라 참호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는 순간, 이건 그냥 전쟁 영화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영화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두 병사가 적진을 가로질러 아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원 컨티뉴어스 숏, 촬영이 이 영화의 절반이다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몸으로 느낀 건 긴장감이었습니다. 특히 독일군 전투기가 불시착하는 장면 근처에서 몸이 저렸습니다. 진짜입니다. 극적인 액션도, 총격전도 아닌데 배경음과 공기의 밀도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나중에야 정확..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20:22
스포트라이트 (수첩 하나로, 생존자)

신부가 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제보를 받고도 그냥 넘긴 기자가 있었습니다. 그게 나중에 보스턴 전체를 뒤흔든 87명짜리 사건의 단초였다는 걸 알았을 때, 그 기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면서 저는 그 장면에서 가장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법도 경찰도 못한 걸 수첩 하나로 해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영화는 2001년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의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 전문 팀 '스포트라이트'가 가톨릭 교구 내 아동 성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탐사보도란 단순히 사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자료를 축적하고 증언을 확보해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드러내는 저널리즘 방식을 의미합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 보도로 2003년 퓰리처상..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12:15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멀티버스, 성장서사)

삼파이더맨 등장이 예견된 영화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스크린에서 앤드류 가필드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털이 곤두섰습니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까지 전 시리즈를 영화관에서 개근했던 보람이 그 한 장면에 다 몰려왔습니다. 이 글은 그 감동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서 씁니다.멀티버스가 열어준 것, 20년 치 단점을 장점으로 뒤집다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솔직히 약점이 많은 프랜차이즈입니다.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세 번이나 리부트(reboot)됐습니다. 여기서 리부트란 기존 시리즈를 완전히 초기화하고 새로운 배우·감독 체제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오리지널 트릴로지(2002~2007),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리고..

카테고리 없음 2026. 7. 22. 19:56
더 퍼스트 슬램덩크 (추억팔이, 송태섭, 원작)

원작을 끝까지 보지도 못한 사람이 극장판 슬램덩크를 보고 감동받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요? 저는 솔직히 그게 좀 민망했습니다. 능남전까지만 보고 흐지부지 끊었던 사람이, 극장판이 난리라길래 청개구리 심보로 일부러 안 보다가, 한참 지나서야 봤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할 말이 생겼습니다.추억팔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당연한 이야기오래된 IP(지식재산권)가 다시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추억팔이'라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IP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원작 콘텐츠 자체가 가진 브랜드 자산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슬램덩크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상품 가치를 지닌다는 거죠.그런데 저는 추억팔이라는 비판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추억팔이 자체를 나쁘..

카테고리 없음 2026. 7. 22. 11:30
만약에 우리 (리얼리즘, 공간의 상징, 연기)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하겠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눈가를 훔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완전 T인 제가요. 영화 보고 나서도 여운이 며칠째 가시질 않아서, 결국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에는 영화 결말을 포함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전이시라면 주의하세요.자극 과잉의 시대에 역주행한 멜로 리얼리즘2026년 1월, 극장가는 아바타: 불과 제가의 독무대였습니다. 수천억 원이 투입된 판도라 행성의 스펙터클이 스크린을 점령한 상황에서, 화려한 CG도 영웅도 없는 한국 멜로 영화 하나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뚫어버렸습니다. 만약에 우리 이야기입니다.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대 중반은 도파민 과부하의 시..

카테고리 없음 2026. 7. 21. 12:32
랑종 (페이크 다큐, 곡성 비교)

저는 공포영화를 거의 안 봅니다. 점프스케어가 너무 싫고, 권선징악 공식도 지겨워서 굳이 돈 내고 극장에 갈 이유를 못 느꼈거든요. 근데 랑종은 달랐습니다. 곡성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 하나로 표를 끊었고,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절반쯤 맞았습니다. 무서운 걸 기대하고 갔다가 그게 아닌 걸 보고 왔는데,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페이크 다큐가 만들어낸 소름, 무섭지 않아서 더 찜찜했습니다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저 같은 쫄보 입장에서 랑종은 꽤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소리 지르게 만드는 장면보다, 뭔가 모르게 찜찜하고 피부에 끈적이는 느낌이 계속 남는 영화였거든요. 점프스케어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서너 번 정도밖에 없고, 무서움의 방향이 시각이나 청각보다는 촉각 쪽에 가깝습니다. 극장을 나서고 나서도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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