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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실화, 인종차별, 리더십) 흑인 인권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1960년대 NASA를 배경으로 한 세 흑인 여성의 실화. 저는 이 영화가 그냥 차별 고발물일 거라 짐작하며 앉았는데, 두 시간 뒤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아무것도 모르고 봤더니 오히려 좋았습니다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 정보를 하나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제목과 포스터만 봤고, 흑인 여성들이 나오니 인권 관련 이야기겠거니 했을 뿐입니다. 배경이 NASA라는 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그게 오히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습 없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왔고, 그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에 자연.. 2026. 6. 2.
그린북 (비고 모르텐슨, 편견, 우정) 봐야지 봐야지 하며 계속 타이밍을 놓치다가 얼마 전에 겨우 봤습니다. 솔직히 '60년대 인종차별 + 흑백 콤비 우정' 이 조합이면 결말이 눈에 훤히 보이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 꽤 오래 여운이 남았습니다. 예상은 맞았는데, 그래도 좋았습니다.비고 모르텐슨이라고 몰라볼 뻔했습니다일반적으로 비고 모르텐슨 하면 아라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는 그 기억이 거의 지워졌습니다. 살까지 찌워서 나오니 포스터를 안 봤다면 다른 배우인 줄 알았을 것 같습니다.캐릭터 자체도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말빨만 좋고 주먹부터 내세우는 허풍쟁이처럼 보이는데, 보다 보면 가족한테는 정성을 다하고 상황 판단도 빠르고 나름 의리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먼치킨형 캐릭터인가 했.. 2026. 6. 2.
태풍이 지나가고 리뷰 (연기, 고레에다, 여운)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들을 워낙 높게 쳐두고 있던 터라, 최근 작품들은 조금 평이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트나인 스크린 앞에 앉아서 영화가 끝났을 때,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교외 연립주택단지, 그리고 태풍이 만들어낸 정서혹시 어린 시절에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아침을 기억하십니까? 전날까지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리던 바람과 빗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세상 전체가 쓸려나간 듯 조용해지던 그 적막감 말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감각을 스크린 위에 옮겨놓으려 한 작품입니다.고레에다 감독은 아홉 살부터 20년간 살았던 실제 연립주택단지를 직접 찾아가 촬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2026. 6. 1.
덩케르크 리뷰 (뺄셈의 미학, 익명성, 비선형 구조)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뭐야 이거' 하고 끝냈습니다. 딴생각을 하면서 본 탓도 있었지만, 전쟁 영화치고 전투가 너무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이 영화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인지 알게 된 뒤에는, 멍하니 다시 첫 장면부터 떠올리게 됐습니다.뺄셈의 미학, 없애서 만든 영화대부분의 전쟁 영화는 적군과 아군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극적 긴장감을 쌓아 올립니다. 덩케르크는 정반대의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독일군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파일럿을 체포하러 오는 병사들이 희미하게 나오는 게 전부입니다. 전투 장면도 공중전 몇 개를 제외하면 없다시피 하고, 주인공들의 전사(前史), 즉 고향에 누가 있는지, 약혼녀가 있는지, 병든 부모가 있는지조차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2026. 6. 1.
데어 윌 비 블러드 (캐릭터 스터디, 미국 자본주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PTA 영화를 처음 접한 게 '마스터'였는데, 그 영화가 얼마나 난해하던지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한참 애껴뒀습니다. 막상 보니까 '마스터'보다 훨씬 친절한 구조였고, 두 시간 반이 어느 순간 지나 있었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화면을 지배하는 방식, 폴 다노의 광기 어린 신경전, 그리고 영화 밑에 깔린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까지. 이 영화가 왜 21세기 최고작 목록 상단에 올라오는지,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가 됐습니다.다니엘 플레인뷰라는 인간을 해부하는 캐릭터 스터디캐릭터 스터디(character study)란 한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탐구하는 서사 방식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정확히 그 방식으로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 2026. 5. 31.
돈 룩 업 (코로나 풍자, 미디어 비판, 테크기업) 지구 멸망까지 6개월 14일. 그 긴박한 숫자 앞에서 정작 대통령은 선거 계산을 먼저 합니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이건 코로나 시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영화구나. 그냥 막연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지난 몇 년간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 찝찝하고 무력한 감정이 화면 속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거든요.코로나와 소행성, 결국 같은 이야기영화 돈 룩 업은 표면적으로는 소행성 충돌 시나리오를 다루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소재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외면을 부추기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메르스 사태 때 정부가 '낙타 고기 금지'로 퉁치던 장면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세월호 때 "가만히 있으라"를 반복 방송하다 정작 지들.. 2026. 5. 31.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데스 엔젤, 사미라 결말, 3편 전망)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프리퀄(prequel), 즉 본편보다 이전 시간대를 다루는 번외편 '첫째 날'이 개봉했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솔직히 첫 1시간은 남주 캐릭터 때문에 몰입이 깨질 뻔했습니다. 괴물보다 남주가 더 발암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래도 영화 전체를 다 보고 나면 꽤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라는 건 인정합니다.데스 엔젤의 정체와 세계관 설계이 영화의 핵심 공포 장치는 데스 엔젤(Death Angel)이라 불리는 외계 생명체입니다. 감독 존 크래신스키가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설정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빛이 없는 먼 행성에서 진화한 종족입니다. 시각 기관 자체가 없는 대신, 고도로 발달한 청각 기관을 통해 사냥을 해왔습니다. 여기서 청각 기관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말은 단순히.. 2026. 5. 30.
추락의 해부 (열린결말, 서사완성, 시청각충돌) 열린 결말 영화라면 감독이 답을 숨겨둔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추락의 해부〉를 보고 나서 그 전제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 영화는 답을 숨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답을 만들 재료를 관객에게 넘겨버립니다. 솔직히 피곤한 상태로 억지로 들어간 극장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황금종려상이 왜 이 영화에 갔는지, 배경부터 짚어야 합니다〈추락의 해부〉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은 작품입니다. 황금종려상이란 칸 영화제 최고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단이 선정하는 최고상으로, 세계 영화 시상식 중 권위와 역사 면에서 최상위에 속합니다(출처: 칸 영화제 공식 사이트).저는 보기 전에 "생각보다 평범하.. 2026. 5. 29.
프랙처드 (배경, 반전 구조, 트라우마 서사) 스릴러 영화의 결말에서 "결국 주인공의 망상이었다"는 카드를 꺼내는 순간, 관객은 두 가지 감정 중 하나를 느낍니다. 납득하거나, 허탈하거나. 저는 솔직히 후자 쪽이었습니다. 영화 베일에 싸인 병원은 그 경계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선 작품입니다.평범한 가족 여행이 무너지는 순간 — 배경가족 간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는 꽤 현실감이 있습니다. 주인공 레이는 아내 조앤과 티격태격하면서도 병원으로 향하던 중 휴게소에 잠시 들르게 됩니다. 아내와 딸이 화장실에 간 사이 혼자 차에 있던 레이가 공사 현장 근처에서 사고를 당하고, 그 직후 아내와 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여기서 중요한 서사 장치가 등장합니다. 바로 트라우마(trauma)입니다. 트라우마란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이 현재의 인지.. 2026. 5. 28.
체인소맨 레제편 리뷰 (첫인상, 연출 분석, 관람 추천) 솔직히 저는 심야 상영으로 보러 갈 때까지만 해도 "어차피 TV판 연장선이겠지"라고 반쯤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비관에서 처음 폭발씬이 터지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날아갔습니다. 체인소맨 레제편은 뻔한 클리셰를 쓰면서도 그걸 압도적인 연출력으로 눌러버리는 작품입니다.첫인상: 돌비관에서 맞은 첫 폭발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고를 때 "굳이 특별관까지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이번에 그 의문이 완전히 해소됐습니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란 천장 스피커까지 포함한 입체 음향 시스템으로, 소리가 특정 방향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사방에서 감싸는 방식입니다. 레제의 폭탄 공격이 터질 때마다 압력과 열기가 좌석까지 전달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제가.. 2026. 5. 20.
나이브스 아웃 (밀실 트릭, 복선, 웨이크업 데드맨) 3편 '웨이크 업 데드 맨'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봤습니다.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2편이 너무 화려하기만 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과연 이번엔 추리물 본연의 재미를 되찾았을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딱 기대한 만큼 보여줬습니다.밀실 트릭, 이 시리즈가 다시 꺼내든 무기추리 소설에서 밀실 트릭(Locked-Room Mystery)이란, 범행이 가능한 출입구가 없거나 봉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설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죽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謎(수수께끼)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번 편에서 시골 성당은 그 전형적인 밀실 트릭의 무대로 기능합니다.모든 신자가 지켜보는 미사 도중 신부가 살해당했다는 설정, 저는 이 전제 .. 2026. 5. 20.
아바타 3편 리뷰 (체험 영화, 스토리 한계, 관람 추천)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저는 1편부터 스토리보다 체험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해왔는데, 3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잘하는 것은 여전히 최상위고, 아쉬운 것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스토리 한계: 공식처럼 반복되는 서사 구조아바타 3편은 2편과 거의 연속선상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솔직한 첫인상은 "이거 2편 복붙 아닌가"였습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뼈대를 보면 침략자 세력이 등장하고, 나비족이 저항하고, 제이크 설리 가족이 중심에서 갈등을 겪는 구도가 이번에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여기서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란 이야기가 시작-전개-절정-결말로 이어지는 기본 골격을 말합니다. 아바타 시리즈는 이 구조 .. 2026.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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