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을 좀비영화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직접 극장에서 보고 나서 든 첫 번째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좀비가 주인공이 아니라, 좀비를 통해 다른 걸 말하려는 영화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남았거든요. 그 감각이 떠나질 않아서 두 번 더 생각하게 된 작품입니다.좀비영화인데 좀비가 주인공이 아닌 이유부산행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좀비가 나오는 액션 위주의 영화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좀비는 배경에 가까웠거든요. 감독이 의도한 건 좀비 그 자체가 아니라, 좀비가 상징하는 무언가였다고 저는 봤습니다.제가 특히 인상 깊게 본 장면이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의 휴대전화 벨소리 씬입니다. 그 소리에 좀비들이 반응해 우르르 몰려드는 장면인데,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니었습니다. 자극적인..
개봉한 지 10년도 더 지난 영화를 뒤늦게 꺼내 봤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 탕웨이 예습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대치를 조금 내려놓고 봤는데도 세 장면만큼은 꽤 오래 머릿속에 남더군요.72시간의 특박, 그리고 시애틀이라는 배경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독특합니다. 남편 살해 혐의로 7년째 수감 중인 여자가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72시간의 특별외박, 즉 특박을 허가받습니다. 여기서 특박이란 수감자가 긴급한 가족 사정 등으로 일시적으로 교도소 밖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받는 단기 외출 제도를 의미합니다. 고작 사흘이지만, 그 사흘이 영화 전체를 움직이는 시계태엽입니다.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에 그냥 "예쁜 퀴어 영화"쯤으로 생각했습니다. 1983년 이탈리아 별장, 두 남자의 여름 사랑. 근데 실제로 보고 나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감정선이 너무 납득이 가서, 퀴어라는 프레임을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냥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됐을 때 그 감각, 그게 전부였습니다.1983년 북부 이탈리아, 왜 이 배경이어야 했나루카 과다니노 감독이 이 영화의 배경으로 1983년 북부 이탈리아를 선택한 건 단순한 미장센 취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배경이 영화 전체의 맥락을 조용히 떠받치고 있다고 봅니다.미장센(mise-en-scène)이란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경, 조명, 소품, 인물의 동선을 연출 의도에 따라 배치하는 개념입..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바빌론이 그냥 '라라랜드 감독이 만든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도 외면받았고, 흥행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야기만 들려왔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게 왜 외면받았는지 아직도 의아합니다.무성영화 시대가 배경인 이유, 그냥 복고 취향이 아니었다일반적으로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하면 화려하고 낭만적인 황금기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감독이 굳이 이 시대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무성영화(Silent Film)란 대사 없이 배우의 표정과 몸짓, 자막 카드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던 초기 영화 형식을 말합니다. 기술적 한계처..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리즈에 오래 애정을 가져온 데다, 62세의 톰 크루즈가 온몸을 던지는 걸 보면서 어떻게 냉정해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리뷰는 팬의 시선과 분석적 시선을 최대한 같이 가져가 보려 했습니다.30년짜리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구조적 완성도파이널 레코닝은 전작 데드 레코닝 파트 1의 직결 구조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직결 구조란 전편의 클리프행어, 즉 결말을 열린 채로 두고 이번 편이 그대로 이어받는 방식을 말합니다. 덕분에 전편을 보지 않으면 초반 흐름을 따라가기 다소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전작보다 이 영화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플롯이 압축적이고 방향이 뚜렷해졌다는 점입니다.전작은 사실 열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포스터에 적힌 "10년간 본 영화 중 최고"라는 문구를 반쯤 흘려봤습니다. 그런 홍보 문구는 으레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극장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별다른 사건도, 영웅도 없는 영화가 어떻게 이런 여운을 남기는지, 그 이유를 제 나름대로 분석해봤습니다.12년 실시간 촬영이라는 전례 없는 연출 방식보이후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각본을 쓰기도 전에 아이디어부터 떠올린 영화입니다. 한 아이의 성장을 12년에 걸쳐 실제로 촬영하겠다는 발상이었죠. 이 방식의 핵심은 롱거다시날(longitudinal casting), 즉 동일한 배우를 장기간 촬영하는 기법입니다. 쉽게 말해 한 배우가 실제로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