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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리뷰 (롱테이크, 연기, 자아)

극장을 나오면서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뭔가 퉁 하고 때리는 장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집으로 걷는 내내 영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감상이 가라앉기 전에 서둘러 글을 씁니다.원테이크처럼 보이는 이유, 그리고 그게 버드맨일 수밖에 없는 이유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버드맨을 보기 전에 "원테이크 스타일로 찍은 영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감독의 기교를 뽐내는 실험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이 영화는 롱테이크(Long Take) 방식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롱테이크란 컷을 자주 끊지 않고 카메라가 한 번에 길게 이어서 촬영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버드맨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카테고리 없음 2026. 6. 8. 15:26
영화 her (색채 연출, 사운드 디자인, 사랑의 본질)

작년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 영화를 잘 못 봤습니다. 뭘 봐도 괜히 감정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요. 그러다 어느 날 밤, 별 기대 없이 틀었던 영화 한 편이 저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작, 영화 그녀였습니다.색채 연출로 읽는 테오도르의 감정선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느낀 건 "색깔이 되게 이상하게 예쁘다"는 감각이었습니다. 뭔가 따뜻한데 어딘가 쓸쓸한, 그 기묘한 온도감이 화면 전체에 깔려 있었거든요.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색조, 즉 채도를 낮추고 명도를 높인 부드러운 색 팔레트를 배경 전반에 적용합니다. 여기서 파스텔톤이란, 흰색이 많이 섞여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색 계열을 말합니..

카테고리 없음 2026. 6. 7. 19:25
밀양 (시각적 모티프, 신애 심리, 종찬 의미)

솔직히 저는 처음 밀양을 봤을 때 이게 단순히 상실과 신앙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괴범 면회 장면 한 컷에 얼이 빠졌고, 그 순간부터 이 영화가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매 장면이 논리적으로 배치된 구조물에 가깝습니다. 그 구조를 분해해보면 이 영화가 왜 21세기 한국 영화 최고작으로 꼽히는지 납득하게 됩니다.유리창이라는 시각적 모티프 — 신애 심리의 외화이창동 감독의 연출 방식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미장센(mise-en-scène)의 치밀함입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앞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인물의 위치, 조명, 소품, 배경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영화적 기법입니다. 밀양에서 그 중심에 있는 소품이 바로 '유리창'입니다.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

카테고리 없음 2026. 6. 7. 12:04
애프터썬 (프레임, 우울증, 관람 후 여진)

솔직히 말하면 보는 내내 불만이었습니다.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 절제인지 무책임인지 헷갈리는 생략들. 그런데 극장을 나와서도, 며칠이 지나서도 이 영화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애프터썬은 그렇게 뒤늦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관람 중에는 몰랐던 것들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제가 든 첫 생각은 "이게 왜 아카데미 후보야?"였습니다. 이혼한 아버지와 11살 딸이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이렇다 할 사건이 없습니다. 반복되는 리조트 일상, 길게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아버지의 행동들.중반이 지나기도 전에 인과관계 추론이 피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왜 저런 돌발 행동을 하는지,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건지, 우울증을 겪는 것 같은 아버지가 나..

카테고리 없음 2026. 6. 6. 20:10
패닉룸 (밀실 스릴러, 데이비드 핀처, 조디 포스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데이비드 핀처에 조디 포스터라는 조합이면 무조건 봐야지 싶었는데, 막상 극장에서 나올 때는 좀 복잡한 기분이 들더군요. 재미있긴 한데, 어딘가 아쉽고, 또 어딘가 너무 세다는 느낌. 이 영화 두고 평이 꽤 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밀실 스릴러 장르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공간 연출저도 처음엔 그냥 도둑이 드는 영화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패닉룸은 공간 자체를 무기로 쓰는 영화라는 걸 10분도 안 돼서 깨달았습니다. 맨해튼의 3층짜리 타운하우스, 그리고 그 안에 설치된 패닉룸. 여기서 패닉룸(Panic Room)이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요새형 대피 공간을 말합니다. 방탄 소재의 문과 독립 전원, 감시 카메라 시스템까지 갖춰 어떤 외부 침입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입..

카테고리 없음 2026. 6. 6. 15:33
나 다니엘 블레이크 (관료주의, 복지 사각지대, 켄 로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목이 메었습니다.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복지 시스템의 구멍에 떨어진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붙드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관료주의의 벽 앞에 선 사람들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이게 현실이라고?" 다니엘 블레이크는 40년 경력의 목수입니다. 심장마비로 사망 직전까지 갔고, 주치의는 일을 금지했습니다. 누가 봐도 질병 수당을 받아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시스템은 그를 거부합니다.이 영화의 핵심 문제는 관료주의(bureaucracy)입니다. 여기서 관료주의란 규정과 절차를 사람보다 앞세우는 행..

카테고리 없음 2026. 6. 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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