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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픽사 뮤지컬, 죽음의 방식) 극장에서 혼자 손수건을 꺼내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한 장으로 세 번. 마지막엔 미처 손도 못 대고 그냥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다행히 직장 후배들보다 바깥 좌석에 앉아 있었던 덕분에 체면치레는 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픽사가 이번엔 죽음을 다룬다고 했을 때만 해도 '또 울리려고 작정했구나' 정도였는데, 코코는 그 이상이었습니다.픽사가 처음으로 정면 돌파한 뮤지컬의 세계코코는 픽사의 첫 번째 본격 장편 뮤지컬 애니메이션입니다. 여기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란 단순히 OST가 좋은 작품이 아니라, 노래 자체가 극의 서사를 이끌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대사 대신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작품을 말합니다. 그동안 픽사 작품에 삽입곡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음악이 곧 줄거리.. 2026. 7. 15.
파묘 (장재현, 오컬트 연출, 후반부)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재밌게 본 저로서는 파묘도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극장 나오면서 든 감정이 마냥 만족은 아니었습니다. 좋았습니다. 분명히. 그런데 뭔가 하나 걸리는 게 있었죠. 그 걸리는 감각이 뭔지를 곱씹다가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장재현 감독과 한국 오컬트 영화의 맥락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공포·미스터리·오컬트 장르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작품이 드뭅니다. B급 영화나 일본 특촬물까지 뒤지다 보면 퀄리티 있는 작품의 희소함을 절감하게 됩니다. 한국 공포 영화도 마찬가지여서, 저예산이면서 어딘가 본 듯한 모작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그런 맥락에서 장재현 감독은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검은사제들은 한국에서 엑소시즘(exorcism), 즉 사제나 종교인이 의식.. 2026. 7. 14.
어쩔 수가 없다 (블랙코미디, 노동드라마) 박찬욱 감독의 는 전체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저는 시사회 소식도 없던 시점에 기대 반 긴장 반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웃겼는데 처연했고, 가벼웠는데 무거웠습니다. 그 이상한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블랙코미디라는 말이 이렇게 딱 맞는 영화가 또 있을까요영화를 보기 전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완성도로 흥행에는 고전했고, 이번엔 박찬욱 감독이 얼마나 대중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까, 이건 타협이 아니라 박찬욱식 해석으로 대중성을 풀어낸 거였습니다. 감 떨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결로 설계한 것이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이 영화의 장르적 핵심은 블랙코미디(black com.. 2026. 7. 13.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숟가락, 이별의 의미, 성장 서사)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별것 아닌 작은 장면 하나가 문득 떠오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영화를 딱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이야기합니다. 2003년작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볼 때마다 가슴 어딘가에 서늘한 게 고입니다. 한국 리메이크와 비교해서 봤던 분이라면, 원작이 얼마나 다른 온도를 가진 영화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숟가락 하나가 드러낸 것들이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의외로 아주 짧고 조용한 순간이었습니다. 츠네오가 요리하다가 조제에게 숟가락을 내밀며 맛을 봐달라고 하는 장면. 그때 조제가 잠깐 움찔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 찰나가 저는 이 영화 전체를 압축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026. 7. 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예술 영화, 미장센, 비율, 사라지는 것들) '예술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졸음이 떠오르는 분, 저만 그런 건 아니죠? 그런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 편견을 정면으로 부숩니다.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4관왕을 차지한 작품인데, 막상 보고 나면 "이게 예술 영화였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앉았다가 엔딩크레딧 음악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못 뜬 사람 중 하나입니다.예술 영화가 재미없다는 편견, 이 영화 앞에선 잠시 내려놔도 됩니다예술성을 추구하는 영화가 지루하다는 건 딱히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앤디 워홀의 영화 '엠파이어'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런닝타임 485분, 그러니까 8시간 5분 동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한 장면만 고정 촬영한 작품입니다. 심지어 이보다 더 긴.. 2026. 7. 11.
그래비티 (롱테이크, 우주 은유, 감동) 영화관에서 두 번 봤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낡지 않는 영화가 있다는 걸, 그래비티를 다시 보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단순한 재난 생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의 밀도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17분짜리 롱테이크, 진짜로 가능한 건가요일반적으로 롱테이크(long take)라고 하면 2~3분 안팎의 장면을 떠올립니다.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끊김 없이 촬영을 이어가는 기법으로, 현장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장도리 격투 장면이 약 2분 30초로 화제가 됐던 걸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그래비티의 오프닝 17분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수치인지 바로 감이..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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