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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기억삭제, 반복, 오케이) 헤어진 사람의 기억을 통째로 지울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한때 그러고 싶었습니다. 스물아홉을 보내고 서른을 앞둔 올해, 오랜만에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틀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이 울었습니다. 기억을 지우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영화 안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부서지는지,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와 닿았습니다.기억삭제, 실제로 작동하는가일반적으로 기억을 지우면 고통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그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제가 스물세 살에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기억 삭제라는 SF적 설정이 신기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그게 얼마나 순진한 독해였는지 바로 보였습니다.영화 속 라쿠나(Lacuna)사는 고통스러운 관계에 대한 기.. 2026. 6. 14.
영화 부산행 (좀비영화, 컬트장르, 사회비판) 부산행을 좀비영화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직접 극장에서 보고 나서 든 첫 번째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좀비가 주인공이 아니라, 좀비를 통해 다른 걸 말하려는 영화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남았거든요. 그 감각이 떠나질 않아서 두 번 더 생각하게 된 작품입니다.좀비영화인데 좀비가 주인공이 아닌 이유부산행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좀비가 나오는 액션 위주의 영화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좀비는 배경에 가까웠거든요. 감독이 의도한 건 좀비 그 자체가 아니라, 좀비가 상징하는 무언가였다고 저는 봤습니다.제가 특히 인상 깊게 본 장면이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의 휴대전화 벨소리 씬입니다. 그 소리에 좀비들이 반응해 우르르 몰려드는 장면인데,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니었습니다. 자극적인.. 2026. 6. 14.
만추 (배경·분석·탕웨이) 개봉한 지 10년도 더 지난 영화를 뒤늦게 꺼내 봤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 탕웨이 예습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대치를 조금 내려놓고 봤는데도 세 장면만큼은 꽤 오래 머릿속에 남더군요.72시간의 특박, 그리고 시애틀이라는 배경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독특합니다. 남편 살해 혐의로 7년째 수감 중인 여자가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72시간의 특별외박, 즉 특박을 허가받습니다. 여기서 특박이란 수감자가 긴급한 가족 사정 등으로 일시적으로 교도소 밖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받는 단기 외출 제도를 의미합니다. 고작 사흘이지만, 그 사흘이 영화 전체를 움직이는 시계태엽입니다.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2026. 6. 10.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배경, 엘리오와 올리버의 감정선, 성장)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에 그냥 "예쁜 퀴어 영화"쯤으로 생각했습니다. 1983년 이탈리아 별장, 두 남자의 여름 사랑. 근데 실제로 보고 나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감정선이 너무 납득이 가서, 퀴어라는 프레임을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냥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됐을 때 그 감각, 그게 전부였습니다.1983년 북부 이탈리아, 왜 이 배경이어야 했나루카 과다니노 감독이 이 영화의 배경으로 1983년 북부 이탈리아를 선택한 건 단순한 미장센 취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배경이 영화 전체의 맥락을 조용히 떠받치고 있다고 봅니다.미장센(mise-en-scène)이란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경, 조명, 소품, 인물의 동선을 연출 의도에 따라 배치하는 개념입.. 2026. 6. 10.
바빌론 (무성영화, 올드할리우드, 데이미언차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바빌론이 그냥 '라라랜드 감독이 만든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도 외면받았고, 흥행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야기만 들려왔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게 왜 외면받았는지 아직도 의아합니다.무성영화 시대가 배경인 이유, 그냥 복고 취향이 아니었다일반적으로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하면 화려하고 낭만적인 황금기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감독이 굳이 이 시대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무성영화(Silent Film)란 대사 없이 배우의 표정과 몸짓, 자막 카드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던 초기 영화 형식을 말합니다. 기술적 한계처.. 2026. 6. 9.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잠수함, 아날로그, 완성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리즈에 오래 애정을 가져온 데다, 62세의 톰 크루즈가 온몸을 던지는 걸 보면서 어떻게 냉정해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리뷰는 팬의 시선과 분석적 시선을 최대한 같이 가져가 보려 했습니다.30년짜리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구조적 완성도파이널 레코닝은 전작 데드 레코닝 파트 1의 직결 구조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직결 구조란 전편의 클리프행어, 즉 결말을 열린 채로 두고 이번 편이 그대로 이어받는 방식을 말합니다. 덕분에 전편을 보지 않으면 초반 흐름을 따라가기 다소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전작보다 이 영화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플롯이 압축적이고 방향이 뚜렷해졌다는 점입니다.전작은 사실 열쇠.. 202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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