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영화인데 왜 아카데미 16개 부문 후보에 올랐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어제 용산 아이맥스에서 직접 보고 나왔는데, 극장 문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건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다."장르 전복: 뱀파이어 스릴러가 품은 블루스의 영혼포스터만 보고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영화였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식과 "음악 영화"라는 짧은 평 한 줄이 없었다면 지금도 모르고 지나쳤을 작품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의 외피는 철저히 장르 영화입니다.배경은 1932년 미시시피 주 클락스데일. 시카고에서 갱스터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이 폐공장을 사들여 흑인 전용 클럽 주크(Juke Joint)를 엽니다. 여기서 주크 조인트란 1..
230억 원이 투입된 영화가 누적 관객 200만 명에 그쳤습니다. 저는 베테랑2 이후 류승완 감독에 대한 기대를 많이 내려놓은 상태여서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했는데, 다 보고 나서 솔직히 후회했습니다. 후반부 총기 액션만큼은 극장 스크린으로 봤어야 했습니다.장르적 긴장감을 스스로 포기한 영화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는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 기법입니다. 여기서 휴민트란 단순히 정보를 캐낸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철저히 이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냉혹한 시스템 전체를 가리킵니다. 그 단어를 제목으로 내건 영화라면, 당연히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조인성이 연기한 조 과장은 처음 장면부터 최선화..
자려고 넷플릭스를 켰다가 새벽이 지나도록 꼼짝 못 하고 화면만 바라본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을 잠깐 틀었다가 끝까지 보고 나서야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다음 날 수면 부족은 덤이었고요.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이 정도 무게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2억짜리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제작비 2억 원. 숫자만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웬만한 독립영화 제작비보다도 적은 수준이니까요. 저예산 영화(low-budget film)란 일반적으로 상업 영화 평균 제작비의 10% 미만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가리킵니다. 한국 상업 영화 평균 제작비가 수십억 원대임을 감안하면, 얼굴은 그 범주에서 한참 벗어난 규모입니다.그..
추억팔이 영화가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80~90년대 팝컬처(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데, 보고 나오는 길에 기분이 묘하게 벅찼습니다. 덕후로 살아온 제 유년 시절 전체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 느낌이었거든요.덕후라면 전율이 오는 팝컬처 오마주의 세계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유명 캐릭터들을 그냥 줄 세워놓고 '봐봐, 알지?' 하는 식으로 소비하는 주먹왕 랄프식 활용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그 우려는 완전히 빗나갔습니다.레디 플레이어 원은 IP(지식재산권) 활용 방식이 매우 영리합니다. 여기서 IP란 특정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한 저작권 및 상업적..
영화관에서 한 번 봤을 때는 그냥 재밌다고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두 번째로 틀었을 때는 달랐습니다. 다 알고 보니까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인데도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훨씬 강렬했습니다.높이가 계급이다 — 수직 구조로 읽는 기생충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작동하는 장치가 '높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잣집은 높은 지대에 있고, 기택 가족은 반지하에 살고, 비밀 지하실에는 또 다른 인물이 숨어 있습니다. 이 수직 배치가 단순한 세트 디자인이 아니라 계급 서사 그 자체입니다.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소품, 공간 구성을..
개봉 주말에 극장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유료 시사로 먼저 다녀왔습니다. 3편에서 살짝 뇌절이다 싶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4편 평이 워낙 좋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앉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완전히 취향의 문제입니다.파리 액션 시퀀스가 보여주는 것들존 윅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항상 액션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챕터 4에서 후반부 파리 시퀀스는 제작진이 얼마나 연구했는지가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습니다. 개선문 드리프트 장면부터가 그렇습니다. 교통체증 한복판에 50명의 스턴트 드라이버를 배치하고 키아누 리브스가 500마력 머슬카를 직접 몰았다는 게, 보다 보면 정말 느껴집니다.이 시리즈의 액션이 다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구분되는 이유 중 하나는 롱테이크(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