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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챕터 4 리뷰 (액션 연출, 세계관, 결말)

by 주.만.지 2026. 5. 18.

 

개봉 주말에 극장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유료 시사로 먼저 다녀왔습니다. 3편에서 살짝 뇌절이다 싶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4편 평이 워낙 좋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앉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완전히 취향의 문제입니다.

파리 액션 시퀀스가 보여주는 것들

존 윅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항상 액션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챕터 4에서 후반부 파리 시퀀스는 제작진이 얼마나 연구했는지가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습니다. 개선문 드리프트 장면부터가 그렇습니다. 교통체증 한복판에 50명의 스턴트 드라이버를 배치하고 키아누 리브스가 500마력 머슬카를 직접 몰았다는 게, 보다 보면 정말 느껴집니다.

이 시리즈의 액션이 다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구분되는 이유 중 하나는 롱테이크(Long Take) 방식입니다.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오랫동안 끊지 않고 촬영하는 기법인데, 덕분에 관객은 배우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여기에 와이드샷을 결합하면 행위와 그 결과, 주변 상황까지 한 프레임에 담기기 때문에 정보량이 훨씬 많아집니다.

건물 계단에서 진행되는 액션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 영향을 받은 방식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행위와 결과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편집 구조 말입니다. 드래곤 브레스 샷건을 사용하는 탑다운 시퀀스는 게임 더 홍콩 매서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직접 밝혔고, 결투 장면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에서 클로즈업과 컷 구성까지 참고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보다가 두 번 의식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총격씬이 너무 연속되니까요. 취향이 맞으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볼 영화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중반부까지는 그냥 액션 포르노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처절하게 싸우는 존 윅을 보다가 오히려 제가 지치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시퀀스들의 완성도를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챕터 4는 국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이는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초기 흥행 성적이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수치는 거짓말을 잘 안 합니다. 관객이 이 액션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명확합니다.

후반부 파리 계단 시퀀스에서 저스티스의 Stress가 깔리는 순간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서야 왜 그 곡인지를 이해했습니다. 제목이 Stress인 이유가 있습니다. 존 윅이 계단을 오르면서 쏘고 굴러 떨어지고 또 오르는 걸 보는 내내 관객도 그 스트레스를 똑같이 체감하거든요. 그 선곡 하나가 장면 전체의 의미를 바꿔버립니다.

세계관 확장과 열린 결말의 양면성

챕터 4에서 존 윅이 경험하는 여정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상징으로 가득합니다. 영화 초반 바워리 킹이 읊는 대사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등장하는 지옥문 문구를 인용한 것입니다. 신곡 지옥편이란 14세기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서사시로, 지옥을 통과하는 여정을 묘사하는 작품입니다. 이 인용은 앞으로 존 윅이 겪을 고통이 탈출 불가능한 지옥임을 미리 선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계단 장면에는 시지프스의 신화가 겹쳐집니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을 속인 벌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려도 다시 굴러 떨어지는 형벌을 영원히 받는 인물입니다. 존 윅이 계단을 오르고 굴러 떨어지고 다시 오르는 장면이 이 신화와 정확히 포개집니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시각적 은유입니다.

케인이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자단이 연기한 케인은 딸을 위해 스스로 시각을 포기한 시각장애 암살자인데, 무사도(武士道)와 부정(父情)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무사도란 명예와 충성, 희생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일본 무사 계층의 윤리 체계를 말합니다. 케인과 시마즈 코지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무사도를 실천하는 장면은, 오사카 시퀀스에서 두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설정을 통해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물론 이런 상징들이 모두 효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계관 설정이 계속 추가되는 것에 대해 제작진이 이 세계관으로 끝까지 뽑아먹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컨티넨탈 드라마, 발레리나 스핀오프, 5편 가능성까지, 세계관 확장이 스토리의 무게를 흐리게 만들 위험이 분명히 있습니다.

챕터 4의 핵심 이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롱테이크와 와이드샷 중심의 액션 연출은 시리즈 최고 수준
  • 단테 신곡, 시지프스, 무사도 등 상징 체계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음
  •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으로 중반부 피로감이 누적됨
  • 포스트 크레딧 장면 포함 세계관 확장 의지가 강하게 드러남

엔딩에 대한 평가도 갈립니다. 존이 케인을 쏘지 않고 그라몽을 죽이는 선택은 지금까지 천 명 넘게 죽인 존 윅이라는 인물이 처음으로 타인의 삶을 위해 자신의 생존을 포기하는 장면입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2019년 인디와이어 인터뷰에서 "해피엔딩은 없다. 천 명 넘는 사람을 죽인 자가 일몰 속으로 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출처: IndieWire), 그 말대로라면 이 결말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결말을 시리즈의 논리적 귀결로 받아들였습니다.

존 윅 챕터 4는 취향이 맞는다면 이만천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영화이고, 맞지 않는다면 중반부 1시간이 고역일 수 있습니다. 저는 후반 40분을 위해 앞의 시간을 버티는 게 가능한 분이라면 극장에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단, 미리 알고 가면 더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계단 장면이 시지프스 신화라는 걸 알고 보면, 같은 장면이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voiIwE4l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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