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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K히어로, 액션, 완성도)

주.만.지 2026. 8. 2. 16:30

목차


     

    주말 오전, 딱히 기대 없이 예매 버튼 눌렀다가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나온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2025년에 그 경험을 <하이파이브>로 했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 초능력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평범한 시민들이 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인데, 솔직히 예고편만 보고는 "이거 좀 유치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보고 나오니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습니다.

    K히어로물, 이 영화가 제대로 건드린 게 뭔가요

    마블이나 DC를 보다 보면 한 번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국 배경으로, 한국어로, 한국 정서로 만든 히어로 영화는 왜 없지?" <하이파이브>는 그 질문에 꽤 솔직하게 답을 내놓는 작품입니다. 장르는 판타지 코미디 액션이고 러닝타임은 119분, 15세 관람가입니다.

    설정은 이렇습니다. 초능력자 한 명이 사망하면서 심장, 폐, 신장, 간, 각막, 췌장 여섯 개의 장기가 각기 다른 사람에게 이식됩니다. 장기를 받은 수혜자들은 초인적 능력을 갖게 되는데, 문제는 그중 하나가 사이비 교주(신구)에게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다섯 명은 태권도를 배우는 여중생(이재인), 악플러 작가 지망생(안재홍), 야쿠르트 아줌마(라미란), 건설 현장 작업반장(김희원), 날라리 백수(유아인)입니다.

    저는 <무빙> 때 K히어로물의 가능성을 처음 느꼈는데, <하이파이브>는 그 방향과는 결이 다릅니다. <무빙>이 진중하고 감정적인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다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진지하게 안 갑니다"를 선언합니다. 치킨집 장면, 야쿠르트 카트 추격전, 태권도복 차림의 주인공, 한국어로 내뱉는 욕설까지. 영어로 "Fuck"을 외치는 미국 히어로 영화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종류의 친숙함이 있었습니다.

    • 장르: 판타지 코미디 액션 / 러닝타임 119분 / 15세 관람가
    • 감독: 강형철 (<과속스캔들>, <타짜-신의 손>, <스윙키즈> 연출, <스윙키즈> 이후 약 7년 만의 복귀작)
    • 핵심 설정: 초능력자의 장기 6개가 평범한 시민 5명 + 사이비 교주 1명에게 이식
    • 배우진: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유아인, 신구, 오정세, 박진영

    참고로 강형철 감독은 장르 불문 일관되게 경쾌하고 대중적인 톤을 유지하는 연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영화 관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과속스캔들>은 누적 관객 820만 명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 감독 특유의 톤이 대중과 잘 맞아떨어진 사례로 꼽힙니다.

    요약: <하이파이브>는 "짜치는" 한국식 히어로들이 나오는 판타지 코미디 액션으로, 마블과는 다른 방향의 K히어로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액션 완성도, 예고편만 보고 판단하셨나요

    예고편 보고 CG가 좀 어설프다는 인상을 받으셨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근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보면, 이 CG와 액션 연출이 영화의 톤과 너무 잘 맞아떨어집니다. 기술적 완성도를 따지는 잣대로 보면 분명 흠이 보이겠지만, 이 영화에서 CG는 사실감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만화적 과장(comic exaggeration)을 위한 도구입니다. 여기서 만화적 과장이란 현실 물리 법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캐릭터의 능력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부풀려 표현하는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주성치 감독의 <쿵푸허슬>이나 <소림축구>가 대표적인 레퍼런스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진짜 감탄한 장면이 두 개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소형 카트와 악당 차량의 추격전입니다. 야쿠르트 카트가 악당 차를 상대로 추격전을 벌인다는 그 설정 자체가 이미 웃긴데, 막상 보면 긴박감이 진짜입니다. 이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체성을 한 장면으로 압축한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클라이맥스에서 태권 소녀 이재인과 빌런의 대결 신인데, 여기서는 제가 솔직히 <맨 오브 스틸>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장이 좀 들어간 표현이긴 합니다만, 액션 디자인의 방향성이 그 정도로 괜찮았다는 뜻입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능력을 보여주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히어로 장르에서 앙상블 액션(ensemble action), 즉 여러 히어로가 각자의 능력을 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식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완성도 높게 구현된 포맷인데, <하이파이브>는 이걸 훨씬 소박하고 생활 밀착형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상호 보완하는 장면들이 꽤 있고, 각 능력이 어떻게 활용될지 보여주는 방식이 영화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코미디 영화를 보고 웃는 편이 많지 않은데, 이상하게 이 영화의 개그 타율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빵빵 터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짜잘짜잘한 상황 코미디가 쌓이는 방식인데, 계속 피식피식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요약: CG는 사실감이 아닌 만화적 과장을 위한 도구로 쓰였고, 야쿠르트 추격전과 클라이맥스 액션 신이 이 영화의 진짜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영화의 완성도, 어느 선에서 타협했을까요

    팝콘무비(popcorn movi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팝콘 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오락 영화를 뜻하는데, <하이파이브>는 이 포지션에 매우 충실합니다. 엄청난 반전도 없고, 거대한 감동도 없고, 신파도 없습니다. 영화가 신파를 의도적으로 경계하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정세와 이재인의 부녀 관계를 그릴 때도 눈물을 짜내는 장면이 없습니다. 이 선택이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짚자면 중반 이후에 살짝 늘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결말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관객이 이미 예상하는 상태에서, 그 예상을 뒤집거나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흡입력(narrative pull), 즉 관객을 다음 장면으로 끌어당기는 서사적 동력이 중반부에서 잠깐 약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전체를 망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B급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핸섬가이즈> 스타일과는 다릅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대중과 타협한 지점을 잘 찾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연성이나 디테일을 꼼꼼히 뜯어보면 허점은 있습니다. 근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면서 "앞뒤가 좀 안 맞으면 어때, 재밌으면 됐지"라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이 영화도 그 마음으로 보면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는 게 훨씬 즐겁습니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이런 장르가 얼마나 흥행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장르별 관객 분석 자료가 참고가 됩니다. 판타지 액션 장르는 국내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이고, 이 영화가 그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 추천 대상: 뇌 빼고 가볍게 웃고 싶은 분, 한국식 히어로물이 궁금한 분, 남녀노소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
    • 비추천 대상: 개연성과 서사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보는 분, 코미디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분
    • 쿠키 영상: 엔딩 직후 바로 등장하니 자리 지키는 것 추천
    요약: 신파 없이 가볍고 경쾌한 팝콘무비로, 중반부 흡입력이 살짝 약하지만 전체 완성도는 이 장르에서 충분히 합격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S로 줬습니다. 제 취향을 꽤 정확하게 저격했거든요. 태권 소녀 이재인의 액션 신, 야쿠르트 추격전, 그리고 캐릭터들이 "히어로 이름 뭐로 하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면들까지. 이런 하찮고 짜치는 순간들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써니보다 재밌게 봤다고 하면 너무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겠지만, 저는 진짜 그랬습니다. 보시기 전에 기대치를 좀 낮춰 두시는 게 좋습니다. 낮게 잡고 가면, 분명히 기대 이상이 나올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Gl2wI2_S-8&list=PLGVL4jSsBr-44eGgF8lu3x9LfnUAf3tLh&index=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