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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밸런스, 빌런, 메타 휴먼, 서사)

주.만.지 2026. 7. 27. 11:34

목차


     

    슈퍼맨이 영화 시작 첫 장면부터 쳐맞습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저는 솔직히 이게 예상 밖이었습니다. "슈퍼맨인데 왜 맞고 있지?"라는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영화는 그 이유를 아주 영리하게 풀어냅니다. 2025년 7월 9일 개봉한 제임스 건 감독의 슈퍼맨,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슈퍼맨이 가장 어려운 히어로인 이유 — 밸런스 문제

    슈퍼맨을 영화로 만드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아십니까? 단순히 원작 팬들의 기대치 때문이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파워 밸런스(Power Balance), 즉 히어로와 빌런 사이의 힘의 균형 설계에 있습니다. 여기서 파워 밸런스란 주인공이 너무 압도적이거나 너무 약하지 않도록 서사 안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 구조를 말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고전한 것도 이 균형 설계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제임스 건 감독이 이 문제를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결했다는 점입니다. 슈퍼맨을 첫 장면부터 지게 만든 겁니다. "첫 패배를 기록했다"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은 무의식중에 슈퍼맨을 절대 무적의 존재가 아닌 '싸워야 하는 누군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한 가지 선택이 이후 129분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빌런 쪽에도 균형 장치가 촘촘히 깔려 있습니다.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는 슈퍼맨의 고전적인 약점 물질로 원작 코믹스에서부터 등장하는 개념인데, 이 영화는 그것 외에도 빌런들에게 각각 다른 방식의 위협 요소를 부여해 슈퍼맨이 매 장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어릴 때 TV에서 보던 그 슈퍼맨처럼 마동석처럼 시원하게 한 방에 끝내주는 장면을 기대했다면 솔직히 조금 맥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다 보고 나면,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걸 납득하게 됩니다.

    • 파워 밸런스 설계: 첫 장면 패배로 긴장감의 기준선을 낮춤
    • 크립토나이트 외 다층적 위협 요소로 빌런의 위협감 유지
    • 저스티스 갱(Justice Gang) 동료들의 비중이 슈퍼맨과 약 6:4 수준으로 배분되어 단독 무쌍 구조를 회피
    요약: 제임스 건은 슈퍼맨을 첫 장면부터 패배시키는 방식으로 파워 밸런스 문제를 풀었고, 이것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지탱하는 핵심 설계입니다.

    렉스 루터라는 빌런 — 가장 잘 만든 동시에 가장 아쉬운

    렉스 루터(Lex Luthor)는 DC 코믹스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빌런 중 하나입니다. 1940년 첫 등장 이후 수십 년간 여러 배우가 연기해 왔는데(출처: DC Comics 공식 사이트), 이번 작에서는 니콜라스 홀트가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 속 루터는 군수 기업 루터코프(LuthorCorp)의 수장으로, 겉으로는 과학과 산업의 후원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쟁 상황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 구조를 뒤에서 조종합니다.

    제가 이 캐릭터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루터가 가진 열등감의 방향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외계인 히어로에게 열등감을 갖는다는 설정 자체는 클래식하지만, 이번 루터는 그 감정을 꽤 날 것으로 드러냅니다. 슈퍼맨에 관한 기사 하나에 눈물이 맺히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솔직히 이 장면이 좀 찰지다 싶었습니다. "지구에서 제일 똑똑한 빌런이 기사 떴다고 눈물 또르르하는 찰나"가 오히려 루터를 인간적으로 만든다는 해석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연출이 조금 짜쳐 보였습니다.

    아쉬운 건 마무리입니다. 루터가 영화 후반부에서 처리되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배트맨과 조커처럼 빌런이 서사의 한 축을 잡아주는 구조가 아니라, 루터는 슈퍼맨의 정체성 서사를 위한 장치로만 기능하고 퇴장합니다. 이건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루터를 제대로 다루려면 이 영화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감독 스스로 인지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렉스 루터를 제대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역대 루터 중 이 캐릭터의 찌질함과 위협감을 동시에 담은 버전으로는 가장 납득이 갔습니다.

    요약: 니콜라스 홀트의 렉스 루터는 역대 버전 중 가장 입체적이지만, 서사 안에서 장치 역할에 머물며 후반부 마무리가 아쉽게 처리됩니다.

    저스티스 갱과 메타 휴먼 — MBC 서프라이즈냐, 가능성이냐

    이 영화에서 슈퍼맨 외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공식적으로 메타 휴먼(Meta-Human)이라 불립니다. 메타 휴먼이란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났거나 획득한 존재를 뜻하는 DC 세계관의 공식 용어로, 마블의 '뮤턴트'나 '슈퍼 솔저' 같은 개념과 유사합니다. 그린랜턴(가이 가드너), 호크걸, 미스터 테리픽, 메타몰포가 여기 해당하며, 이들이 스스로 이름 붙인 팀이 저스티스 갱(Justice Gang)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솔직히 처음 이 친구들이 나올 때는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코믹스 원작을 모르면 낯설고, 외형도 딱히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어릴 때 TV에서 보던 'MBC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생소한 캐릭터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인지도 있는 배우가 니콜라스 홀트 정도를 제외하면 많지 않다 보니 처음엔 몰입이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보다 비중이 커집니다. 슈퍼맨 단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자 능력으로 역할을 나눠 가져가는 장면들이 꽤 있었습니다. 메타몰포(Metamorpho)는 자신의 몸을 모든 물질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자로, 슈퍼맨과 함께 싸우는 장면에서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미스터 테리픽이었는데, 이 친구는 과학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독특해서 보는 재미가 따로 있었습니다. 호크걸은 빼고 나머지는 다들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 안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역할을 생각보다 잘 해냈습니다.

    • 그린랜턴 가이 가드너: 팀 내 갈등과 유머를 동시에 담당
    • 미스터 테리픽: 기술 기반 전술형 캐릭터, 실전 활약도 높음
    • 메타몰포: 물질 변환 능력으로 슈퍼맨과의 협업 장면 인상적
    • 슈퍼독 크립토: 귀여움 담당이지만 비중이 다소 과하게 띄워진 느낌
    요약: 처음엔 생소하고 언밸런스해 보이지만, 저스티스 갱은 후반부로 갈수록 제 역할을 하며 DC 신규 세계관 확장의 실질적 발판이 됩니다.

    외계인에서 인간으로 — 슈퍼맨 정체성 서사의 완성도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슈퍼맨 대 빌런이 아닙니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 칼-엘이 지구인 클라크 켄트로 자신을 정의해 가는 정체성(Identity) 서사가 중심입니다. 정체성 서사란 주인공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스스로 납득해 가는 내러티브 구조를 말합니다. 이 구조는 MCU의 아이언맨 1편이나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된 방식입니다(출처: IMDb 슈퍼맨 2025 페이지).

    이 영화가 설정한 딜레마가 꽤 현실적입니다. 슈퍼맨이 보라이스라는 군사 독재 국가가 약소국 지안루프를 침공하려는 상황에 개입해 전쟁을 막습니다. 무고한 사람이 죽는 걸 막은 건데, 국제 정치적으로는 동맹국 간 갈등을 건드린 행위가 됩니다. 연인 로이스 레인이 "네가 개입하면 그 뒷수습은 누가 해?"라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이 대사가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단순한 히어로 영화 안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논리 구조 그대로거든요.

    영화는 수미상관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수미상관이란 처음과 끝에 같은 장면이나 설정을 배치하되, 주인공의 변화를 통해 의미가 달라지게 만드는 서사 기법입니다. 첫 장면에서 쳐맞으며 시작한 슈퍼맨이 마지막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할 때,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의 전부입니다. 제가 보기엔, 외계인 슈퍼맨을 지구인 슈퍼맨으로 바꾸는 데 이 영화는 성공했습니다. 주인공 배우 데이비드 코렌스웻도 헨리 카빌보다 조각 같지는 않지만, 이 영화가 요구하는 인간적이고 다소 허술한 슈퍼맨에는 오히려 더 잘 어울렸습니다.

    포켓 유니버스(Pocket Universe)라는 새 개념도 등장하는데, 멀티버스와는 다른 개념으로 렉스 루터가 설계한 공간 구조물입니다. 이 개념이 후속 DC 세계관 확장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모르겠지만, 비주얼 구현 자체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요약: 이 영화의 핵심은 빌런 대결이 아니라 외계인 칼-엘이 지구인 슈퍼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수미상관 구조로 그 여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합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저는 기대를 낮게 잡고 봤고, 그래서인지 "오, 생각보다 잘 만들었네"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 구조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 안에서 제임스 건이 캐릭터를 최대한 끌어모아 반죽해서 이 정도 완성도를 냈다는 건, 감독으로서 능력을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히어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슈퍼맨을 아예 처음 보는 분도 사전 지식 없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으니, 선택지로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gt-dt8_8-I&list=PLGVL4jSsBr-44eGgF8lu3x9LfnUAf3tLh&index=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