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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갤3 (배경과 맥락, 로켓 서사, 마블 전망)

주.만.지 2026. 7. 17. 11:32

목차


     

    마블 영화 보다가 진짜로 운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저는 <엔드게임> 이후로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를 보고 나서, 극장에서 혼자 꽤 오래 울었습니다. "마블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꽤 있는데, 이 영화만큼은 그 믿음을 직접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경과 맥락: 제임스 건이 10년 동안 뭘 만들었나

    일반적으로 마블 영화는 "잘 만든 공장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볼거리는 있는데 개성은 없다는 거죠. 저도 페이즈 4 이후 마블 영화들을 보면서 그 말에 꽤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그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은 1편부터 3편까지 각본과 연출을 전부 혼자 맡았습니다. 마블이라는 거대한 스튜디오 시스템, 즉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안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MCU란 마블이 2008년부터 구축해온 영화 세계관 시스템으로,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개별 감독의 색깔보다 전체 세계관의 일관성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워즈가 그 반례입니다. 시퀄 트릴로지(속편 3부작)는 감독이 계속 바뀌면서 이야기의 방향성이 흔들렸고, 팬들 사이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2014년 1편부터 2023년 3편까지 약 10년 동안 한 사람이 일관된 세계관을 이끌었습니다. 그 결과가 3편에서 가장 또렷하게 나타납니다.

    제임스 건의 강점은 두 가지입니다.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B급 감성이라고 불리는 특유의 삐딱한 유머 감각. 이 두 가지가 1, 2편에서는 절묘하게 균형을 이뤘는데, 3편에서는 그 비율이 바뀝니다. 유머는 줄고, 감정이 전면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 1편(2014): 오합지졸 팀의 유쾌한 탄생 — 유머와 액션 중심
    • 2편(2017): 스타로드의 아버지 서사 — 가족이라는 테마 등장
    • 3편(2023): 로켓의 과거 — 순정과 감동으로 10년 마무리
    요약: 10년간 각본·연출을 혼자 맡은 제임스 건의 일관성이 3편의 감동적인 마무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로켓 서사: 지옥 같은 환경에서 천국을 만든 이야기

    마블 영화가 마음을 건드리는 경우가 드물다고들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퀼이 네뷸라의 팔을 잡고 "가모라"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첫 번째로 눈물이 터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형태로든 잃고 그리워하는 감정, 그리고 그 상실감이 오랜 캐릭터 서사와 겹치면서 그냥 무너져 버렸습니다.

    3편의 핵심 구조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을 통한 플래시백입니다. 임사체험이란 죽음에 가까운 상태에서 과거의 기억이나 환상을 경험하는 현상으로, 영화는 이 개념을 로켓의 이야기에 그대로 적용합니다.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로켓이 의식이 흐려지는 사이사이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과거 회상 장면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현재와 교차됩니다.

    로켓의 어린 시절은 한마디로 생체 실험의 역사입니다. 이 영화의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완벽한 생명체를 창조한다는 명목 아래 동물들의 신체에 기계 장치를 이식하는 실험을 반복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실험은 실재했습니다. 1950년대 소련의 블라디미르 데미호프는 개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몸에 이식하는 실험을 실제로 진행했고(출처: 미국 국립의학도서관(PubMed Central)), 우주 개발 초기에는 라이카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이 인간보다 먼저 우주로 보내졌습니다. 영화는 이 실제 역사의 어두운 이면을 SF로 옮겨놓습니다.

    그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 로켓은 세 친구를 만납니다. 수달 라일라, 그리고 두 마리의 다른 동물들. 이들은 더럽고 좁은 철창 안에서 서로의 이름을 지어주고,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우정을 쌓습니다. 악당이 로켓에게 붙여준 이름은 "89P13"이라는 코드명뿐입니다. 도구에는 이름이 필요 없으니까요. 그런데 로켓은 스스로 자신을 "로켓"이라고 명명합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뭉클한 순간입니다.

    저는 로켓이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숨겨둔 부품들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두 번째로 펑펑 울었습니다. 이미 눈물이 고여 있던 상태였는데, 그 행동의 의미가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누구나 한 번의 기회는 더 필요하다"는 대사처럼, 로켓에게도 복구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상실을 이겨낼 기회가 온 것이고, 그 기회를 자기 판단대로 밀어붙이는 장면이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마블 전체를 통틀어도 이 정도로 마음을 건드리는 장면은 드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라디오헤드의 "Creep"으로 시작합니다. "Creep"은 "흉물" 또는 "혐오스러운 존재"를 뜻하는 단어로, 자기 자신을 자학하는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로켓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는 것은, 이 영화 전체가 자기혐오에서 자기긍정으로 나아가는 여정임을 처음부터 선언하는 겁니다. 제임스 건의 음악 배치 능력이 가장 빛나는 선택이었습니다.

    요약: 로켓의 과거는 동물 실험의 역사를 SF로 옮겨온 이야기이며, 자기혐오에서 자기긍정으로 나아가는 감정선이 이 영화의 진짜 핵심입니다.

    마블 전망: 이 마무리가 남긴 공백은 채워질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시리즈 마지막 편이 잘 끝나면 그게 그 시리즈의 브랜드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마블에서는 그게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그랬습니다. 10년 이야기를 너무 완벽하게 마무리해버린 탓에, 그 이후 마블이 내놓는 콘텐츠들이 상대적으로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도 같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리즈가 끝났을 뿐인데 마블 전체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이게 이 영화가 가진 무게이기도 하고 마블에게는 부담이기도 합니다. MCU 페이즈 5 이후의 콘텐츠들이 아직까지 팬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요 해외 박스오피스 분석 기관들도 지적하고 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제임스 건이 DC스튜디오로 이적한 것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DC 확장 유니버스(DCU) 재건을 맡은 그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개인적으로 꽤 기대됩니다. 그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증명한 것, 즉 B급 감성과 진지한 감정을 동시에 구사하는 능력은 마블이 아니라 제임스 건 개인의 것이었으니까요.

    이 영화의 아쉬운 점도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도 액션이 1편에 비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메인 빌런인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철학적으로는 명확한 캐릭터이지만, 타노스처럼 물리적인 위협감이나 입체적인 매력은 부족합니다.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에서 빌런의 존재감은 액션의 밀도와 직결되는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을 감정 서사로 대체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그 전략이 성공했지만, 스펙터클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가 MCU 최고의 마무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네뷸라가 말없이 살뜰하게 팀원들을 챙기는 장면들, 자기 방식으로 조용히 아끼는 가족애 같은 것, 이런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은 이 영화가 픽사 영화와 마블 영화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겁니다. 토이스토리의 감정선에 슈퍼히어로 액션을 얹은 것, 그게 가오갤 3입니다.

    요약: 가오갤 3의 성대한 마무리는 시리즈의 완성이지만, 동시에 마블이 채워야 할 거대한 공백을 남겼습니다.

    "마블은 다 비슷하다"는 말, 저도 꽤 오래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말에 조건을 하나 붙이게 됐습니다. 제임스 건이 없는 마블은 다 비슷합니다. 1편부터 3편까지 꼭 이어서 보십시오. 3편의 감동이 배가됩니다. 특히 1편 오프닝 장면과 3편의 로켓 서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느끼고 나면, 10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120z_WOGZ4